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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료의 원료 : 장미, 장미오일

최종 수정일: 2022년 4월 21일


The Scent Trail 지상의 향수 천상의 향기- 셀리아 리틀턴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세상 모든 꽃 가운데 가장 사랑 받아온 것은 아마 장미일 것이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Ilias>를 보면 아프로디테가 헥토르의 시신에 향기로운 로즈오일을 바르는 부분이 나온다. 미라에서는 성스러운 장미인 로사 상크타 Rosa sancta 화관이 속속 발견되고 있고, 기원전 1600년부터 장미가 크레타의 화병 장식에 사용되었다는 기록도 있다.


헤로도토스는 기원전 17세기에 미다스왕이 꽃잎이 여러 개인 장미를 마케도니아에 들여왔다고 기록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이자 식물학자인 테오프라스토스는 그의 저서<식물의 역사>에서 꽃잎이 여러 개 달린 장미를 묘사했고, 종자를 이용한 일반적인 경작보다 베어내기에 의한 증식이 훨씬 더 유리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한 향수 제조법을 설명하면서 장미향은 그 점성 때문에 참기름에 가장 잘 흡수된다고 했다. 그는 또한 장미 꽃잎이 와인에 달콤한 맛을 더해준다고 기록했다.


이러한 장미 열기가 과열되면서 사치와 향락 퇴폐적인 생활방식이 극에 달하였다. 장미를 몹시 좋아한 페르시아 사람들은 장미를 증류하는 기술을 완성했고, 사치와 향락에 빠진 사람들은 침대 매트리스까지 장미 꽃잎으로 채웠다. 시바리스의 황제였던 엘라가발루스는 로즈와인과 압생트로 목욕했다고 한다.


로마 사람들의 장미사랑은 집착에 가까웠다. 네로 황제의 장미 연회가 열릴 때에는 로즈워터 분수가 흥취를 돋우었고, 응접실의 천장에는 손님들에게 향수와 꽃잎을 흩뿌리는 회전식 원반이 설치되어 있었다. 손님들도 장미 화관을 쓰거나 목에 화환을 두르고 그 연회를 만끽했다.

로마 사람들이 장미를 너무 좋아하자 시인 호라티우스는 농부들이 포도밭과 올리브 숲 농사를 게을리 하지 않을까 염려했고, 플리니우스는 장미 꽃잎과 향수를 음식에 뿌리는 로마사람들의 퇴폐적인 모습에 대해 이야기 했다. 베르길리우스는<농경시>,호리티우스는<송가>, 그리고 총독이던 플리니우스는 <박물지에서 모두 로사 다마세나Rosa damascene, 로사 센티폴리아 Rosa centifolia, 로사 알바 Rosa alba, 그리고 로마의 정원에서 자라던 로사 비페라Rosa bifera를 묘사하고 찬양했다.


장미는 고대의 마법과 주술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아풀레이우스의 산문 <황금 당나귀>에서 당나귀가 된 라시우스가 다시 사람으로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장미를 먹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이시스 여신의 도움으로 장미를 먹게 되고 다시 인간의 모습을 되찾게 된다.

초기 기독교인들은 장미와 그 고유의 화려한 속성을 경계했다. 로마의 쾌락주의를 연상시킨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미는 천천히 쾌락주의의 상징에서 성모마리아의 상징물로 변해 갔고, 많은 종교가 장미의 성스러운 이미지를 찬미했다. 성모 마리아는 때때로 신비로운 장미로 상징되었고, 묵주는 원래 말린 장미 꽃잎 100개를 줄에 꿰어 만들다가 이후 보석을 사용하게 되었다. 따라서 ‘로자리rosary’라는 단어는 장미 정원뿐 아니라 미사를 드리고 성모마리아를 찬양하는 데 사용되는 줄을 가리킨다. 스페인 아빌라의 카르멜 수녀원에서는 아직도 말린 장미로 묵주를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