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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료의 원료 : 장미, 장미오일

최종 수정일: 4월 21일


The Scent Trail 지상의 향수 천상의 향기- 셀리아 리틀턴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세상 모든 꽃 가운데 가장 사랑 받아온 것은 아마 장미일 것이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Ilias>를 보면 아프로디테가 헥토르의 시신에 향기로운 로즈오일을 바르는 부분이 나온다. 미라에서는 성스러운 장미인 로사 상크타 Rosa sancta 화관이 속속 발견되고 있고, 기원전 1600년부터 장미가 크레타의 화병 장식에 사용되었다는 기록도 있다.


헤로도토스는 기원전 17세기에 미다스왕이 꽃잎이 여러 개인 장미를 마케도니아에 들여왔다고 기록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이자 식물학자인 테오프라스토스는 그의 저서<식물의 역사>에서 꽃잎이 여러 개 달린 장미를 묘사했고, 종자를 이용한 일반적인 경작보다 베어내기에 의한 증식이 훨씬 더 유리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한 향수 제조법을 설명하면서 장미향은 그 점성 때문에 참기름에 가장 잘 흡수된다고 했다. 그는 또한 장미 꽃잎이 와인에 달콤한 맛을 더해준다고 기록했다.


이러한 장미 열기가 과열되면서 사치와 향락 퇴폐적인 생활방식이 극에 달하였다. 장미를 몹시 좋아한 페르시아 사람들은 장미를 증류하는 기술을 완성했고, 사치와 향락에 빠진 사람들은 침대 매트리스까지 장미 꽃잎으로 채웠다. 시바리스의 황제였던 엘라가발루스는 로즈와인과 압생트로 목욕했다고 한다.


로마 사람들의 장미사랑은 집착에 가까웠다. 네로 황제의 장미 연회가 열릴 때에는 로즈워터 분수가 흥취를 돋우었고, 응접실의 천장에는 손님들에게 향수와 꽃잎을 흩뿌리는 회전식 원반이 설치되어 있었다. 손님들도 장미 화관을 쓰거나 목에 화환을 두르고 그 연회를 만끽했다.

로마 사람들이 장미를 너무 좋아하자 시인 호라티우스는 농부들이 포도밭과 올리브 숲 농사를 게을리 하지 않을까 염려했고, 플리니우스는 장미 꽃잎과 향수를 음식에 뿌리는 로마사람들의 퇴폐적인 모습에 대해 이야기 했다. 베르길리우스는<농경시>,호리티우스는<송가>, 그리고 총독이던 플리니우스는 <박물지에서 모두 로사 다마세나Rosa damascene, 로사 센티폴리아 Rosa centifolia, 로사 알바 Rosa alba, 그리고 로마의 정원에서 자라던 로사 비페라Rosa bifera를 묘사하고 찬양했다.


장미는 고대의 마법과 주술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아풀레이우스의 산문 <황금 당나귀>에서 당나귀가 된 라시우스가 다시 사람으로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장미를 먹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이시스 여신의 도움으로 장미를 먹게 되고 다시 인간의 모습을 되찾게 된다.

초기 기독교인들은 장미와 그 고유의 화려한 속성을 경계했다. 로마의 쾌락주의를 연상시킨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미는 천천히 쾌락주의의 상징에서 성모마리아의 상징물로 변해 갔고, 많은 종교가 장미의 성스러운 이미지를 찬미했다. 성모 마리아는 때때로 신비로운 장미로 상징되었고, 묵주는 원래 말린 장미 꽃잎 100개를 줄에 꿰어 만들다가 이후 보석을 사용하게 되었다. 따라서 ‘로자리rosary’라는 단어는 장미 정원뿐 아니라 미사를 드리고 성모마리아를 찬양하는 데 사용되는 줄을 가리킨다. 스페인 아빌라의 카르멜 수녀원에서는 아직도 말린 장미로 묵주를 만들고 있다.


서기 980년에서 1037년 사이에 살았던 아라비아의 위대한 철학자이자 의사인 이븐시나 Ibn sina는 장미가 시리아에서 광범위하게 재배되고 장미 향수로 증류되는 것을 관찰했다. 그는 다마스크장미를 로마의 상업적 장미, 파에스툼의 장미, 가을의 다마스크라고 표현했다. 12세기까지 다마스크장미는 스페인 그라나다 알함브라의 모굴 정원에서 재배되다가 십자군의 자른 가지 형태로 유럽에 소개되었다.


향수, 특히 장미는 이슬람권의 모든 영역에서 퍼져 나갔다. 아랍 사람들은 장미 향수를 만들었고, 터키의 목욕탕에서는 로즈오일을 섞은 진흙비누가 사용되었다. 서기 810년에는 3만개의 장미향수병이 페르시아 만의 향수 생산 중심지이던 파키스탄에서 바그다그의 저장소로 운송되었다. 아라비아와 페르시아의 장미 향수는 1381년 무렵부터 피렌체의 산타마리아 노벨라 수녀원의 의무실에서 판매되었다. 로즈오일은 1574년 라벤나의 제로니모로시Geronimo Rossi가 장미 향수 표면의 오일방울을 발견하면서 처음으로 언급했다. 카트론 신부는 그의 저서<무굴 제국의 역사에서 로즈 오일의 발견을 이렇게 설명했다. 1612년 페르시아 무굴 제국의 디아구이르 황제가 궁전 정원의 인공수로에 장미향수를 가득 뿌렸는데 한 공주가 배를 타고 운하를 지나다가 수면에 얇은 기름 막 같은 것이 떠 있는 것을 발견 한 것이다. 그것을 걷어내 자세히 관찰해본 결과, 새로운 향수임이 밝혀졌다. 그 기름 막은 태양열과 물과 에센셜 로즈오일을 분리시켜 생긴 것으로 글라디올러스 꽃잎을 이용하여 걷어내었다.


디오스코리데스 Dioscoridess는 저서<약물학Materia Medica>에서 로마의 엉구엔툼 파르티쿰 로디쿰을 장미 향료 갑이라고 묘사했다. 그의 제조법은 다음과 같다.

시들기 시작한, 수분이 없는 상태의 싱싱한 장미40드라곤 (트렉터)과 인디언 나르드 10드라곤, 몰약 6드라곤을 모두 치대어 작은 공모양으로 만들어 진흙항아리에 차곡차곡 쌓아 그대로 건조시킨다. 인도 북부의 코스투스 향과 일리리아(발칸 반도 서부 아드리아 해 동쪽에 있었던 고대국가-옮긴이)의 아이리스 각각 2드라곤을 넣기도 한다.

피렌차의 메디치 가문은 식물의 약효성분에 대한 연구를 장려했고, 이탈리아 조향사들은 부유층과 상인 계급을 위해 향수 합성물의 생산을 늘려나갔다. 이탈리아 귀족들은 역시 새로운 향을 계속 만들어내었다. 또한 메디치 가문과 페라라 공작이 증류기를 모아 에센스와 향수를 만들면서 수백가지의 제조법이 변경되었다.


‘프란지파니Frnagipani’라는 고대 로마 가문이 만든 동명의 향은 식물학에 조예가 깊었던 메르쿠티오 프란지파니Mercutio Frangipani가 콜럼버스와 함께 신대륙을 찾아 항해하면서 유명해졌다. 안티과 해안에서 플루메리아 알바Plumeria alba라는 꽃을 발견한 그가 이 꽃을 증류하여 향수를 만들었고 자신의 이름을 따 ‘프란지파니’라고 명명한 것이다.

조향사들은 향신료 판매상이자 연금술사이기도 했고, 또 향수는 약재상에게서 구입할 수도 있었다. 치료에 사용되는 향수에는 수백가지가 있었으며, 하나의 향수에 들어가는 원료들만해도 60여 가지나 되었다. 1504년 베네치아 전역에 전염병이 창궐할 때 베네치아 사람들은 수십가지의 향으로 만든 다마스크 향수에 사향과 영묘향을 섞어 치료제로 사용했다. 이탈리아의 연금술사 지롤라모 루셀리Girolamo Ruscelli는 장미 향수와 다마스크장미 오일, 클로브, 시나몬, 아라비아고무, 사향, 영묘향으로 머리카락과 수염에 바르는 오일을 만들었다. 16세기에 이르러 의사와 성직자들이 전염병이 유행한다는 이유로 공중목욕탕을 폐쇄하라고 명령하자 향수로 몸의 냄새를 중화시켜야 했다. 창부들은 사향과 앰버, 영묘향이 밴 스펀지를 겨드랑이와 허벅지 사이엑 끼우고 다녔고 제대로 씻지 않은 몸의 냄새를 숨기기 위해 향낭을 옷 안에 매달았다. 장미 향수가 살균제 역할을 한 것이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불결한 냄새가 사방에 진동하는 상황에서 그 냄새를 감추어야 했던 당시의 향의 역할을 과소평가하기 쉽다.. 18,19세기 런던의 공기는 매우 지저분해서 귀족들은 언제나 향이 묻은 손수건과 향료갑을 지니고 다녔다. 옷과 침구의 냄새를 없애고 집 안의 벌레들을 쫒는 데 모두 향이 사용되었다. 또한 향은 시대를 초월하여 제사나 의식 뿐 아니라 성적인 매력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플루타르코스는 아내들이 향으로 치장했을 때 대부분의 남성이 잠자리를 같이한다고 말했다.


향수는 또한 뛰어난 치유력을 가지고 있다. 고대 사람들은 유향과 몰약에 소독과 세척 성분이 있다고 생각했고, 중국에는 “모든 향은 약이다.”라는 속담이 있다고 한다. 고대 페르시아의 조제법에는 향으로 만든 수백 가지의 조제약이 사용되었다. 우울증 치료에는 수선화, 상처에는 몰약 오일과 석창포, 그리고 시나몬과 비슷한 카시아로 만든 고대 그리스 향수인 메갈리움이 효과를 나타냈다.


기원전 80년경, 아르메니아의 미트리다테스 6세를 위해 만든 해독제에는 무려 36가지의 원료가 들어갔다. 유향과 몰약, 카시아, 시나몬, 페퍼, 사프란, 진저 등의 원료를 포도주, 꿀과 섞어 만들었다. 천에 향을 발라 만든 찜질약은 상처와 종양에 특히 효력이 있다고 한다. 최초의 오 드 콜로뉴를 만든 사람은 17세기 밀라노 출신의 젊은 상인 파올로 페미니스Paolo Feminis이다. 그는 쾰른에 정착하여 자신이 만든 아쿠아 미라빌리스 Aqua Mirabillis를 판매했다. 시트러스 향을 떠올리면 바로 오드콜로뉴가 생각난다. 베르가모트 에센스와 네롤리, 시트러스 체드라타, 그리고 레몬을 사용한 페미니스의 콜로뉴에는 성스러운 시트러스 향이 풍겼다.

1828년 겔랑은 처음 사업에 뛰어들었다. 향으로 특정한 분위기, 특히 관능적인 느낌을 자아내려는 그의 시도는 가히 혁명적이었다. 향수 제조 이면에 뚜렷한 철학을 가지고 있었던 겔랑은 향수 제조법 자체를 바꾸었고, 다른 사람들도 그의 생각을 좇기 시작했다. 장미와 이이리스, 사향, 바닐라로 만든 ‘뢰르 블루’는 일몰 직후 어둑어둑한 하늘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며, 매혹적인 향의 ‘샬리마’는 무굴제국의 정원을 연상시킨다.


장미는 무려 1만여 가지 이상의 종으로 분류되며 그 향에도 미묘한 차이가 있다. 어떤 향도 서로 완전히 똑같을 수는 없다. 로사 아르벤시스에서는 몰약 냄새가 나고, 반크시안은 바이올렛, 데프레즈는 과일, 에글란타인 잎은 재스민, 마카르트니언은 살구, 마레칼 니엘은 나무딸기, 튀니스에서 야상으로 자라는 모스카타는 사향, 무스코사는 모스, 메이는 시나몬, 소크라테스는 복숭아, 수베라이네는 멜론, 그리고 유니크 존에서는 히아신스 향이 난다. 로즈 드 메, 로사 센티폴리아, 로사 다마세나는 오일을 함유한 장미들로 향수를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지만 전 세계 로즈오일 생산에서 원료로 사용되는 것은 대부분 불가리안 로즈로도 알려진 다마스크장미다. 이 다마스크장미는 아나스타샤와 내가 주문 향수의 미들 노트로 사용하기 위해 골라놓은 향이기도 하다.


자타가 공인하는 꽃의 여왕 장미는 풍부하고 복잡한 향을 품고 있다. 그 모방 할 수 없는 향은 약 400여 가지의 휘발성 구성요소에 기인한다. 가장 흔한 로즈 오일의 아로마 농축액과 장미 향수는 증기 증류로 추출되고, 로즈 앱솔루트는 용매추출로 만들어 지며, 깊고 날카로운 향을 가진 로즈 오일과 로즈 앱솔루트는 최고급 향수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두 가지 모두 크림과 연고, 로션에도 쓰이고 있다. 아무것도 섞이지 않은 생태에서는 역겨운 냄새를 풍기지만, 로즈오일이 샌들우드와 네롤리, 오리스루트, 파출리, 사향, 용연향 등의 원료와 섞이면 그 명성에 걸맞은 신비한 향을 갖게 된다. 정제 되고 우아하며 한편으로는 엄숙한 그 향에 비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1리터의 에센셜 로즈오일을 만드는 데 보통 장미꽃 5톤이 필요하지만 그 정확한 양은 꽃의 종류와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로즈 드 메의 꽃잎은 향이 매우 진하기 때문에 비교적 적은 양으로도 1리터의 로즈오일을 만들 수 있다.


화석이나 고고학적 발굴 작업을 통해 장미가 선사시대부터 존재했음 알 수 있다. 다마스크장미는 신석기 시대부터 터키 남부 아나톨리아에서 재배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수세기에 걸쳐 식물학자들은 이 오래된 장미에 요크 또는 랭카스터 등 흔한 많은 이름이 있다고 주장해왔다. 일부 장미 재배인들은 장미전쟁의 상징인 요크와 랭카스터 장미가 오늘날 다마스크 장미의 조상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말한다.

사향 비슷한 냄새를 풍기는 다마스크장미는 원산지가 다마스쿠스이기 때문에 ‘로사 다마세나’로 불린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불가리아와 터키의 대평원에서 집중적으로 재배되고 있다.

6월 초에 스티븐과 함께 터키에 간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이다. 장미를 수확하는 현장을 직접 보고싶었다. 타르캥은 데려가지 않기로 했다. 모로코에서도 그랬지만. 아이가 좋아할 만한 먹을 거리도 별로 없고 여러 편의 시설이 불편할까봐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타르캥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나는 내가 한번도 가보지 않은 곳에 밤에 도착하여 다음날 아침 낯선 곳에서 눈을 뜨는 경험을 무척 좋아한다. 안탈랴의 오래된 마을에서 전세 비행기가 아니라 마법의 카펫을 타고 날아온 것 같았다. 나는 덧문을 활짝 열고 터키 식 목조 주택과 페퍼, 칠리목걸이로 장식된 발코니를 보았다. 오렌지 나무 정원에서 흘러드는 향기를 들이마시고 좁은 자갈길과 우뚝 솟은 첨탑, 이슬람 사원과 대중 목욕탕의 둥근 지붕을 보았다. 비둘기 울음소리와 짐수레의 덜거덕거리는 소리가 고요한 터키 마을의 정적을 깨뜨렸다.

방에서 나온 우리는 아침식사를 하러 정원으로 내려갔다. 호텔은 베란다가 있는 낡은 그리스 정교회 식 연립주택이었다. 거부 몇 마리가 정원을 기어다녔고, 흰 토끼들은 우리 안의 오렌지 나무에 매달려 있었다. 아침식사는 올리부와 멜론, 페타치즈, 살구, 잼, 그리고 커피였다. 영국식과는 많이 달랐지만 매우 맛있었다.

우리는 로마시대의 성벽과 하이드리아노1세의 대리석 아치가 나올 때까지 칼레이치 지역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터키식 목욕을 했다. 증기를 쐬고 몸을 닭은 후 새로운 기분으로 구 시가지를 둘러보았다. 관광객들만 드문드문 눈에 띌 뿐, 거리는 이상할 만큼 한산했다.

다음날 아침, 우리는 안탈랴와 지중해 섬들을 떠나 내륙으로 향했다. 서부 아나톨리아 평원에서 이스파르타의 장미재배 지역으로 오르는 도중 진짜 칠면조가 우리 앞에서 날개를 펼치기도 했다. 멀리, 봉우리가 눈에 덮인 산이 보였다. 흐드러지게 핀 야생화와 자줏빛 라크스퍼(참제비고깔)로 덮인 옥수수 밭과 양귀비 농원도 보였다. 나팔바지를 입은 여인네들이 들판에서 괭이질을 하고, 농장 너머로는 바위가 우뚝 솟아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장미 덤불을 발견했다. 5월 말에서 6월 초의 이른 새벽이면 이스파르타 장미 들판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여자와 아이들이 해가 뜨기 전 꽃잎을 따기 위해 정신없이 움직이는 것이다. 보통 새벽 4, 5시, 이슬이 아직 꽃잎을 적시고 있을 때 일이 시작된다. 맘에 핀 꽃봉오리가 싱싱함을 유지하도록 장미는 매일 재배되며 햇빛이 향을 증발시켜버리기 전에 재빨리 거두어야 한다. 햇빛이 향을 파괴하고 잎을 시들게 하기 때문이다.

장미 재배는 매우 노동 집약적인 작업으로 능숙한 일꾼들도 한 시간에 6킬로그램 이상은 따지 못한다. 또한 전지가위를 쓰지 않고 손으로 꽃의 밑동을 잡고 따야 한다. 보통 2.5에이커의 장미 숲에서 3,000킬로그램의 장미 꽃잎을 얻을 수 있다. 싱싱한 상태의 꽃잎 100킬로그램으로 만들 수 있는 에센셜 오일은 겨우 10밀리리터 정도이다. 세탁물 바구니 정도의 통에 꽃잎을 가득 채웠을 때 1밀리리터의 로즈오일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되낟. 딴 꽃은 버드나무 바구니에 모아두었다가 자루에 옮겨 담은 후 중량을 재서 재빨리 각 지역 증류소로 운반한다. 보통 어려운 일이아니다.


다마스크장미는 17세기에 터키 사람들에 의해 불가리아에 들어왔다. 불가리아의 로사 다마세나는 무성하게 자랐고 아나톨리아 종보다 우세한 로즈오일을 생산해냈다. 그 뛰어난 품질 때문에 불가리안 로즈의 가지는 러시아와 터키의 전쟁이 끝나고 100년 후인 1878년 불가리아의 카잔리크에서 터키로 다시 반입되었다. 새로운 장미 재배는 이스파르타 지방에서 이루어졌다. 이곳의 기후와 깊은 모래땅은 오일이 함유된 장미 경작에서 최상의 조건을 제공했다. 로사 갈리카와 로사 페니키아의 잡종으로 보이난 가잔리크 다마스크는 향이 진하고 꽃이 많아 향수를 만들기에 아주 적합하다. 이 다마스크장미의 향은 매우 안정적이다. 키가 작은 관목에서 나오는 향은 멀리서도 느껴지기 때문에 곤충을 끌어당겨 식물의 수분 작용에도 도움을 준다.

오늘날 터키 장미 농원의 90퍼센트가 이스파르타에 몰려있다. 그러나 터키가 더 이상 향수 산업을 추진하지 않기 때문에 모든 로즈오일과 향수의 90퍼센트는 그라스로 옮겨진다. 나머지 10퍼센트는 터키의 수도 이스탄불로 보내지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사우디아라비아로 운송된다.


중동지역의 향수제조 전통

페르시아 사람들의 삶 속에는 언제나 향이 있었다. 알렉산더 대왕은 페르시아 다리우스 왕과의 전쟁 중에도 페르시아 병사들이 군비를 아낄 때 향수를 잊지 않으며 장미 향수가 축제 등 여러 행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기록했다. 주인은 손님들에게 장미 향수를 뿌리고, 향수 그릇을 대접하여 손가락을 담그게 하여, 전채요리를 돌릴 때쯤 하인들이 사향과 영묘향등 더 진한 향을 가져와 손님들의 머리 장식과 수염을 닦아 주었다. 그리고 용연향과 침향으로 가득 찬 방으로 안내했다. 중요한 모임일수록 더 귀한 향을 사용했다.

최초의 터키 향수 공장은 1882년 아흐멧 파루키가 설립했다. 가장 널리 사용된 오드 콜로뉴는 레몬이었지만 지역적 특색도 무시 할 수 없었다. 안탈랴 지방은 발리케시르의 백합으로 만든 오린지 오드 콜로뉴를 생산한다. 흑해 연안 지역에서는 홍차향의 오드 콜로뉴, 트라브존 지역은 니스 식 샐러드와 비슷한 냄새가 나는 안초비 향 오드콜로뉴를 생산한다. 물론 장미 향수도 있다.


그러나 프랑스라는 향수 대국이 세계 향수 산업을 점령하면서 장미를 증류하는 중동국가들은 점점 줄어들었다. 다만 다만 토키만이 최근까지도 가내공업으로 로즈오일을 생산했고, 전통 증류기인 임빅스를 사용했다.

로즈 앱솔루트, 로즈오일, 화향유를 터키어로는 모두 ‘굴 야기Gul yagi’라고 부른다. 증기에서 얻는 장미 향수는 굴수유라고 부르며, 진짜 다마스크 장미는 그냥 굴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오늘날 대부분의 터키 장미 향수는 합성원료로 만든 것이다. 굴 야기는 처음엔 역한 냄새가 나지만 피부에 스며들면서 점차 다른 향으로 바뀐다. 굴 야기 콘크리트는 그라스에서 다시 알코올 처리된 후 앱솔루트로 만들어진다. 이란에서는 아직까지도 이슬람 사원에서 로즈오일을 사용하고 있다.


전통적인 가내공업식 증류소를 ‘굴라파나Gulapana’라고 부르는데, 현재는 몇 곳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굴라파나는 물과 가까운 곳에 세워졌는데 안에는 구리 보일러, 엄청난 양의 꽃잎과 물을 넣어 반복해서 증류시키는 목조 통이 있었다. 매우 길고 반복적인 과정이지만 생산 해내는 향수의 향수의 양은 몇 리터에 불과했고, 비효율적인 방법과 오일의 낮은 품질에 대한 고민 끝에 1950년대 굴비를릭스Gulbifliks라는 터키 정부가 지원하는 연합이 세워졌다.

근데 기술의 발전으로 오일 생산량이 꾸준히 늘어 전 세계 수요량을 초과하자,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장미 재배 산업이 주춤하게 되었다. 불가리아, 터키, 모로코, 프랑스의 로즈오일과 콘크리트 생산량은 연간 15~20톤으로 추정된다.


우리는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호숫가의 한 카페에 들어섰다. 카페의 한쪽에서는 수백개의 장미 향수, 오드 콜로뉴를 판매하고 있었다. 나는 오드 콜로뉴를 한 병사서 스티븐에게 뿌려주었다. 그러자 그가 병을 통째로 잡고 나머지를 머리에 쏟아 붓는 것이 아닌가. 마치 나폴레옹이 매일 아침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뜨거운 자동차 안까지 그 향이 스며들었다.

터키에는 아주 멋진 풍습이 있다. 어디를 가든 후하게 장미 향수를 대접하는 것이다. 버스를 잠깐타고 내리더라도 차장은 승객에게 향수를 뿌리고 음식점이나 카페를 나설 때에서 향수 세례를 받는다. 이 풍습은 페르시아 사람들이 장미 향수 증류법을 완성한 시기부터 시작되었다.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나는 머리를 내밀어 푸른 장미 울타리를 바라보았다. 하늘 높이 뜬 태양아래, 옅은 분홍빛 꽃봉오리가 그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극소을 확대 촬영하고 있을 때 갑자기 스티븐이 여기가 어디냐고 물었다. 순간, 겁이 났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라곤 장미 공장으로 향하는 방향만 표시된 흐린 팩스용지 한 장뿐이었으니까, 인근 마을의 이름은 지도상의 지명들과 전혀 달랐다. 나는 스티븐에게 철로를 따라가면 호수 근처에 공장이 있을거라고, 파란색 커다른 ‘로베르테 터키’ 표지판이 보일거라고 우겼다. 지도에는 공장이 세니르캔트 시 바로 바깥에 있는 것으로 나와있지만 우리는 시내로 들어와 호수도 공장도 보이지 않는 바람에 도시 외곽을 네 번이나 돌았다.


거의 포기한 채 차를 세우고 한 택시기사에게 물었더니 그는 우리 목적지를 듣자마자 손짓발짓을 해가며 이미 지나왔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고속도로의 한 휴게소에서 공장에 전화를 걸었다. 결국 한 남자가 미소를 지으며 차를 몰고 나타났고 우리 차는 그의 뒤를 따랐다.

증류소에 도착했을 때 어느 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눅눅한 공기속에, 생기 잃은 장미의 거친 향이 포푸리를 연상시켰다. 길에서 헤매던 우리를 구해준 사람은 알라드 씨였다. 그는 장미 수확을 감독하려 로베르테 그라스 본사에서 터키에 와있었다. 그의 비서는 티무르라는 50대 후반의 터키사람이었다. 스티븐과 나는 콩 샐러드와 비브케밥, 파스타, 꿀이들어간 바클라바(파이에 당밀을 묻힌 터키의 전통후식), 그리고 애플 티를 대접받았다. 아나톨리아 고원에는 천둥번개가 치고 있었다. 저녁식사 후 알라드 씨는 우리를 증류소로 안내했다.

비행기 격납고만 한 크기의 건물 안에서 여기저기 흰 얼룩이 있는 수많은 분홍 꽃잎이 공기중에 휘날리고 있었다. 그 순간만큼은, 삶은 정말 장미의 향연이었다. 그대로 몸을 던져 그 강렬한 향에 취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일꾼들이 갈퀴로 꽃잎을 던지자 꽃잎이 공중에서 나부꼈다. 마치 춤을 추는 듯했다.


장미처럼 낭만적인 것이 또 있을까? 장미꽃에서 에센스로, 향수로 이어지는 긴 여정이 이렇게 딱딱한 공장에서 이뤄진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부진 체격의 일꾼들이 웃통을 벗어 던진 채 땀을 흘리는 꽃잎을 증류와 끓는 가마솥, 그리고 유해 화학물질이 들어 있는 큰 통에 넣었다. 장미가 아직 젖어 있을 때 사향내를 추출하기 위해서이다. 꽃을 갓 수확한 상태에서 산소를 급속히 흡수하는 데 유기적인 문제는 없는 듯했다. 이 때 문에 재배지에서 공장까지의 운반은 최대한 신속하게 이루져야한다. 일꾼들은 꽃잎을 자루에 퍼 넣고 그것을 다시 추출장치에 넣고 고된 작업을 밤새도록 계속했다. 문득, 끝없이 바위를 굴려 올리는 시시포스의 신화가 떠올랐다. 나는 어떤 자루 속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꽃잎은 새틴과 실크 주름 같은 느낌이었다.

우리는 나선형의 계단을 거쳐 증류기 위의 메자닌에 올라갔다. 터키 목욕탕에서처럼 증기가 피어 오르고 있었다. 우리는 투명한 로즈 오일이 든 유리병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마치 액체 상태의 금 같았다. 나는 이 귀한 오일이 같은 무게의 진짜 금보다 더 값비쌀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꽃의 언어

18세기 초 터키의 <꽃의 밀어Secret Language of Flowers>라는 책이 주 콘스탄티노플 영국대사의 부인인 메리 워틀리 몬태규Mary Wortley Montague에 의해 유럽에 전해졌다. 1716년 영국에 소개된 이 책은 프랑스 어로도 번역되었으며, 800개 이상의 꽃 디자인으로 인쇄되기도 했다.

향수, 특히 장미의 향은 욕망이나 사랑의 감정과 같은 관계가 있다. 연인의 향수 냄새는 욕망의 날개를 자극하여 사랑에 빠지게 만든다. 다마스크 장미는 특히 사랑을 상징하며 성적 유인제로도 종종 향수 원료로 사용된다. 직접 말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금기시된 빅토리아 시대에는 젊은이들이 대신 꽃의 언어를 사용했고, 일부 꽃에 특정한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남성이 여성에게 꽃을 보내는 것은 꽃 자체의 아름다움 뿐 아니라 그들이 전하고 싶은 마음의 메시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흰 장미 꽃봉오리는 사랑에 무관심한 마음을, 가시 없는 장미는 관심과 애정을 상징한다. 또한 프로방스 장미는 ‘내마음이 불타고 있어요’라는 의미를, 크리스마스 장미는’내 근심을 덜어주세요’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모스장미 꽃봉오리와 은매화는 사랑의 고백을 나타낸다. 고백을 받은 사람의 꽃잎을 입술에 가져다 대면 허락의 뜻이고 꽃임을 떼어버리면 거절의 뜻이었다.

아주 분명한 의미들도 있다. 예를 들어 투베로즈는 관능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위험한 쾌락을 의미하고, 하마멜리스는 마법과 주문을, 데이지는 순결을 뜻하며, 민들레는 무분별과 경박함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다.


다음날 아침 수확한 장미 꽃잎 자루를 실은 짐수레가 로베르테 사에 도착했다. 엄마 등에 업힌 아기까지 포함하여 온 가족이 자루 위에 앉아 있는데, 아침에 할 일을 모두 마친 그들은 매우 유쾌한 표정이었다. 한창 수확 철일 때에는 하루 약 35대의 짐마차가 오간다.

이스파르타의 장미 재배지에는 장미 농사를 하는 마을이 약 400곳 있다. 임빅스라는 전통적인 증류방식이 사라지고 이제는 대규모 공장 증류 방식으로 바뀌었지만, 다마스크장미 재배에는 아직 과거의 전통적 방식이 사용되고 있다. 거의 모든 가정이 소규모의 경작지를 가지고 장미를 재배하며, 꽃잎 세자루에 135불 정도를 받는다. 네 명의 일꾼이 한 시간에 보통 세 자루를 채우는 데 숙련된 기술이 있어야 로사 다마세나 향이 그대로 유지된다. 약 1,000제곱 미터 되는 1도눔 donum(땅을 세는 단위)에는 대략 1,000그루의 장미 덤불이 있으며, 한 그루에서 증류시켜 얻는 로즈 오일은 500밀리리터 정도이다.

우리는 증류소 안으로 들어갔다. 이슬 맺힌 꽃잎을 증류기 속에 잔뜩 퍼붓자 장미가 용해되는 것 같은 냄새가 짙게 배어 나왔다. 티무르 씨는 장미 처리에 증기 증류와 추출, 두 가지 방법이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터키에서는 4톤, 또는 400킬로그램의 꽃잎으로 1킬로그램의 로즈 콘크리트를 추출한다. 그러나 1리터의 에센셜 오일을 증류시키려면 훨씬 더 많은 3,500 킬로그램의 꽃잎이 필요하다. 숙련된 노동자라면 한 시간 동안 6킬로그램의 장미 꽃잎을 딴다. 다섯 시간 동안 일하면 30킬로그램을 따는 셈이지만 여기서 얻는 로즈오일은 단 몇 방울 뿐이다. 로즈오일과 앱솔루트가 비쌀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결국 1밀리리터에 10파운드나 하는 로즈오일을 대신할 합성물질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물론, 진짜 향과는 비교할 수도 없고 마음을 가라앉히는 진정효과도 없지만 합성원료는 가격면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로베르테 터키 사가 수확하는 전체 장미 꽃잎 가운데 3분의 1은 추출되고 3분의 2는 끓는 솥에서 증류된다고 한다. 증류가 몇 시간씩 걸리는 반면 추출은 약 20분이 소요되며 남은 장미 향수는 오일이 다 빠져 나올 때까지 계속 증류된다. 꽃잎을 담근 물을 끓여 증기 증류시키면 에센셜 오일이 얻어지는데, 수면을 떠다니는 로즈 오일의 왁스 성분은 따로 옮겨 담고 응축된 나머지 물은 더 강력한 증류기에 옮겨 재증류 시킨다. 오일을 남김없이 짜내기 위해서이다. 증류 장치는 세 부분으로 이루어지는데, 윗부분의 백조목처럼 생긴 타원형의 증류기는 응축기와 연결되어 있다. 응축기는 찬물로 가득 찬 다른 통 안에 들어있는 가열된 금속 코일로 구성되어 있으며, 바로 이것이 증기력을 촉진시킨다.

꽃잎을 구멍 뚫린 선반에 올린 다음 중탕 가열기의 물을 끓이면 물이 끓을 때의 움직임이 꽃잎이 뭉치고 굳는 것을 막아준다.

장미분자로 가득 찬 증기는 증류기를 통해 응축기로 빠져나가 액체가 되고 플라스크에 흘러들어 모이게 된다. 이때 에센셜 오일은 수면에 떠 있다가 관을 통해 흡수되고 물은 플라스크 바닥으로 흘러나가는 것이다.

다마스크장미는 100개 이상의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페닐에틸 알코올이다. 액체에 잘 녹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일부 증류수에서 없어지기도 하지만 나중에 모여 장미 향수가 된다. 추출 과정에서 로즈 앱솔루트가 만들어질 때 페닐 에틸은 콘크리트에서 정제되어 에센셜 오일보다 뛰어난 품질을 갖춘 슈피리어 앱솔루트에 남아 있게 된다. 아로마 세러피스트들이 에센셜 오일을 선호하는 반면, 향 전문가들은 앱솔루트를 주로 사용한다. 그 밖의 로즈 알코올에는 게라니올과 시트로넬롤, 네롤 등이 있으며, 로사 다마세나 향을 맡으면 제라늄과 스트로넬라, 네롤리 오렌지 향을 느낄 수 있다. 일부 성분들은 극히 소량에 불과하지만 오일의 전체 품질에 있어서는 모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 중 하나인 다마세논damascenone는 극소량으로도 오일의 특성을 결정하기 떄문에 매우 중요하다.

바로 증류기로 들어가는 장미 꽃잎이 있는가 하면 바람을 쏘이기 전날 밤 펼쳐두었다가 로즈 콘크리트를 만들기 위해 헥산 용매로 추출되는 꽃잎도 있다. 추출 장소는 낮은 와트의 전구를 사용하는 어두운 방이다. 그라스의 LMR에서처럼, 이에서도 녹음기나 카메라를 사용할 수 없었다. 화학물질과 용매는 강한 휘발성으로 어떤 전기장치라도 폭발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내공기는 증류실의 공기와 완전히 달랐다. 로즈오일 증기도 전혀 없었고 화학물질의 위험성 때문인지 매우 조용하고 질서정연했다.

나는 왁스와 오일을 용해 시키기 위해 뜨거운 용매에 담근 원형 트레이 층에 장미 꽃잎을 올려놓은 모습을 지켜보았다. 왁스와 오일의 혼합물은 관을 통해 흡수되었고 남은 꽃잎들이 얹혀있는 트레이층은 기괴한 형태의 웨딩케이크같았다. 장미에서 향을 얻는 과정은 매우 복잡한 절차를 거친다. 용매가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3,000리터 용량의 스테인리스강 통에 장미 꽃잎 트레이를 채워 넣는다. 그리고 향이 흠뻑 배어든 용매를 따로 옮겨 여분의 수분을 제거한 다음, 왁스로 이루어진 반죽 형태의 혼합물이 남는데, 이것이 바로 콘크리트다

콘크리트는 로베르테 터키사가 생산한 로즈오일과 함께 쿰쿠마라는 구리 플라스크에 밀봉되어 그라스로 급송된다. 바퇴즈라는 기계 안에서 콘크리트를 알코올에 여러 번 헹궈내어 향 분자를 씻어내고 정제시킨다. 왁스가 저온에서 응고되면 콘크리트-알코올 혼합물이 얼게 되고 남아있는 모든 왁스를 없애기 위해 이 혼합물이 다시 걸러진다. 마지막으로 혼합물은 아주 낮은 온도에서 서서히 증류된다. 이 과정에서 알코올이 증발하고 에센스의 핵심인 앱솔루트가 남게 되는 것이다.

로베르테 터키사의 한 직원이 유황과 오이, 담배, 호로파, 로즈메리 샘플이 든 큰 통 옆에 앉아있었다. 추출책임자는 쑥스러운 표정으로 적갈색의 로즈 콘크리트를 담은 작은 병을 내게 선물했다.

모로코의 로사 다마세나

로사 다마세나는 페니키아 사람들이 이란의 페르세폴리스에서 모로코로 전했다. 이 장미는 주로 사하라 사막 외곽의 켈라 므구나에서 자란다 사하라 사막은 절대적인 고요와 정적이 재배하는 곳이지만, 켈라 므구나 지역은 다데스강 지류 인근으로 매우 비옥하여 수천 에이커의 땅에서 장미가 재배되고 있다. 여기서 얻어지는 오일은 그라스로 수출된다.

오아시스에서 자라는 장미 덤불은 보리와 옥수수, 민트 구역을 나누는 작은 울타리 역할을 한다. 주위에는 올리브나무와 능수버들이 무성하다. 사하라 사막 남부 지역에서 로사 다마세나가 자라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 여러 항공사진을 통해 이 지역에 42킬로미터에 달하는 낮은 장미 울타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장미 꽃잎을 따는 시기는 매년 5월 이른 새벽이다. 햇빛을 받으면 꽃이 금세 시들고 또 5월 이른 새벽이다. 햇빛을 받으면 꽃잎이 금세 시들고, 또 5월이 지나면 사막 지역의 기온이 너무 높기 때문에 시기가 한정적일 수 밖에 없다.


이스파르타 지방에서 5,6월 수확 철이 되면 로베르테 사는 50명의 일꾼들을 열두 시간 교대 근무 조건으로 채용한다. 그들이 두달 동안 벌어들인 수입은 나머지 열달 치 생활비가 된다. 장미 수확은 최소 25일에서 최장 40일까지 걸린다. 일단 일이 시작되면 남녀노소 할 것이 없이 다 뛰어드는데 그렇다고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효율성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아무 계획성없이 수확을 하다 보면 원료와 향을 망쳐버릴 수도 있다. 수확 시간과 방법을 결정하고 증류와 추출 과정의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수확 철이면 매일 38톤의 꽃잎이 증류되고 8톤이 추출된다. 단 두 달 동안, 공장은 800킬로그램의 로즈 콘크리트와 140리터의 에센셜 오일을 생산한다. 각각 64만달러, 70만 달러에 이르는 양이다.

티무르 씨는 로베르테 사가 장미 재배를 마친 후 생산하는 다른 원료들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하지만 나는 그 중 일부, 특히 호로파 같은 것은 어떤 향인지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마치 예멘의 양고기 스튜에서 맛본 씁쓸한 허브같았다. 담배는 니코틴처럼 무의식적인 중독성이 있었다. 반면, 아주 마음에 드는 원료도 있었다. 티무르씨가 병 하나를 내 코밑에서 흔들자 매우 익숙한 향이 느껴젔다. 영국의 여름을 상기시키는 향이었다. 파릇파릇한 잔디, 바람에 펄럭이는 차양, 벅스피즈 Buck’s Fizz(샴페인과 오렌지주스의 혼합음료)가 떠올랐다. 바로 오이 앱솔루트였다. 순간, 영국 여름의 정수인 오이 샌드위치가 생각 났음은 물론이다. 다 사용된 꽃잎 찌꺼기에서 나오는 악취가 증류소 밖으로 흘러나왔다. 장미 찌꺼기 더미가 굳어서 뜨거운 햇빛에 바짝 말라 있었지만 버리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한다. 농부들이 그것을 천천히 구워서 굳힌 다음 작은 벽돌로 만들어 겨울에 장작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나는 여름 장미향으로 가득 찬 방에서 겨울을 보내는 기분이 어떨 지 상상해 보았다.

엄청난 양의 장미 찌꺼기를 사용하는 것은 터키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라스에서는 다마스크 오일을 반드시 엄격한 검사를 통과해야 한다고 한다. 수확을 시작할 때마다 샘플을 그라스에 보내어 증류와 추출 과정에 들어가기 전에 전문가들의 승인을 받는 것이다.

로즈 드 매와 다마스크장미로 가장 많이 만드는 것은 콘크리트이다. 레몬 셔벗 향을 가진 로즈 드 메가 더 가볍고, 다마스크는 아로마 세러피스트들이 좋아하는 에센셜 오일을 만드는 데 더 적합하다. 조향사들은 콘크리트나 앱솔루트를 더 좋아한다. 영국으로 돌아간 나는 그라스의 인터네셔널 플라워즈 앤드 프레이그런시즈 그룹이 보내준 터키시 로즈 앱솔루트를 사용해 보았다. 그 전해에 거둬들인 원료로 만든 것이었다. 나는 이 샘플과 이스파르타에서 받은 굴 야기를 비교해 보았다. IFF의 샘플에서는 매우 다듬어진 향이 느껴졌다. 또렷한 사향냄새와 함께 부드럽고 감미로운 향을 풍겼다.

티무르씨는 떠나는 우리에게 장미향이나는 터키시 딜리이트와 장미 잼 한 병을 선물했다. 신선한 빵에 그 잼을 발라 한입 베어 물자 온몸에 장미향이 퍼지는 듯했다. 맛과 향을 하나로 생각하고 향기로운 음식을 즐기는 아랍 식문화와 전통이 비로소 이해되는 것 같았다.


향기로운 음식


장미 향수는 많은 조리법에서 조미료로 사용되며, 장미향은 중동의 식문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단한 미식가인 페르시아 사람들의 여러 가지 관습은 아랍 세계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그들은 장미와 바이올렛 향을 넣어 셔벗과 줄렙이라는 음료를 만들었다. 페르시아어 ‘serbet’은 음료 ‘julab’는 장미 향수를 의미한다. ‘julep’이라는 말은 민트 줄렙에서처럼, 아로마 음료에도 사용되었다. 조류는 유향으로 요리하고, 와인에는 유황과 몰약을 넣었다. 오늘날 일부 사람들이 마약을 즐기는 것처럼, 고대인들의 흥분과 도취감을 느끼려고 향긋한 등심초에 중독되곤 했다.

음식을 만들 때에는 향수를 사용하였고, 네로 황제의 연회에서는 손님이 사용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냉침법을 통해 몇겹의 장미 꽃잎과 코코아를 교대로 겹쳐두어 풍부한 향의 초콜릿을 만들어 냈다. 물론 과거에만 장미를 사용한 것은 아니다. 20세기에도 엘리자베스 데이비드Elizabeth David(20세기 영국의 유명한 요리 전문가)가 이탈리아의 미래파 예술운동에서 장미 꽃잎의 조리법을 모티프로 사용했다.

터키를 비롯하여 다른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음식의 단맛을 내는 데 항상 장미와 로즈오일을 사용한다. 터키 사람들은 커피를 마실 때 향수로 향을 낸 감미료인 로쿰lokum을 넣고, 이란에서 꿀과 잼에 장미향수를 넣는다. 마츠부스라 불리는 이라크의 밥에도 장미향수가 들어간다.

용연향은 수세기 동안 술에 풍미를 더하는 향으로 사용되어왔다. 용연향 한 알이면 클라레 포도주 한 통에 기분좋은 향을 입힐 수 있다. 1920년대 칵테일이 유행했을 때, 또 미국에서 주류판매가 금지 되었을 때 많은 바텐더가 향 첨가물로 용연향을 사용하였다. 펀치punch(술과 설탕, 우유, 레몬, 향료를 넣어 만드는 음료)처럼 뜨거운 술에 넣었을 때 특히 맛이 좋다. 용연향은 독한 술과 호밀 위스키에도 들어갔다.

프랑스의 법률가이자 미식가로 유명한 브리아 사바랭의 용연향 초콜릿 밀크셰이크 레시피는 듣기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인다. 기분이 우울할 때 작은 콩알 크기의 용연향 덩어리에 설탕을 넣어 세게 치댄 다음 초콜릿과 섞어보자. 나는 그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토스카나에서 오리스루트 추출물은 향수 고정제로서뿐만 아니라 케이크 향료로 쓰인다. 아이리스 추출물은 시에나 호두 파이와 아이스크림에도 들어 있다. 예전에 토스카나에서 아이리스를 조사 할 때 카살리나라는 아이리스 애호가를 만난 적이 있다. 그녀는 트리플 요리를 할 때 반드시 아이리스 에센스 한 방울을 넣곤 하였다.

엘자베스 데이비드는 넛맥이 파마산치즈와 오레가노 그리고 소금만큼이나 꼭 필요한 것이며 있어야 이탈리아 요리가 완성된다고 말했다. 영국사람들은 푸딩과 케이크, 스위트크림, 응유식품에 넛맥을 사용하는 반면, 이탈리아 사람들은 크림치즈와 카넬로니cannelloni(이탈리아 전통적인 파스타 요리중 하나), 토리텔리니 tortellini(파스타의 일종으로 면이 반지모양처럼 둥글둥글한 것이 특징), 라비올리 ravioli(이탈리아식 네모 또는 반달 모양으로 익힌 만두)등에 넣을 시금치 소에 넛맥을 사용한다. 초서와 셰익스피어의 작품에는 각각의 등장인물인 토사스 경과 팔스타프가 넛맥이 뿌려진 에일맥주를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우유와 설탕을 섞은 에그노그는 네트메그와 우유, 달걀, 독한 맥주가 섞인 따뜻한 겨울철 알코올 음료인 색-파세트sack-posset에 기원을 두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포르칼퀴에르 파스타에 약간의 넛맥을 넣어 미묘한 맛의 차이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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